드디어 도착했다. 카게야마는 코 밑을 슥 훔쳤다. 손에 말라붙은 피딱지와 온갖 검댕이 묻어나왔다. 산 넘고 물 건너 가시덩쿨을 뚫고 온갖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어렸을 적부터 마을을 둘러싼 험한 산세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뾰족한 성탑은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마왕성에 대한 온갖 흉흉한 이야기는 유독 말을 안 듣는 고...
Log 04 카게야마는 샤워실의 수증기가 방으로 침범하기 전에 민첩하게 버튼을 눌러 문을 닫았다. 샤워가운 위로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신경쓰지도 않고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풀썩 하고 매트릭스가 꺼졌다. 장신의 성인 남성 두 명의 무게를 견디기엔 연구소 숙소에 일괄 배치된 침대 매트릭스의 스프링이 약했다. 교체 요청을 해야겠다고 멍하게 생각했다. 잔뜩 눌린...
Log 00 그것은 하늘에 떠있다. 원반형의 공간은 검은색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암흑의 공간에 더 가깝다. 빛이 온통 난반사되어 어떻게 해도 정확한 테두리를 잡아내기 힘들었다. 어떤 물질인지 채취해보고자 하는 노력과 요청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묘한 에너지막의 파장이 간섭을 일으켜 어떠한 기기의 계기판들이든 온통 먹통이 되었다. 해당 요청에 ...
Log 는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설정의 일부를 차용합니다. 시대 / 공간 배경과 관련된 설명은 글 밖에서 따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읽으셔도 무방하게끔 쓰려고 합니다. Log + 숫자는 극 중 시간 흐름과 무관합니다. 비정기적으로 추가됩니다. Log 는 기본적으로 카게츠키 입니다. 추가적으로 쿠로츠키 요소가 있고 리에츠키 ...
바깥에서 매미가 찌르르 찌르르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해가 서산 너머로 넘어간지도 한참인데 저 녀석들은 잠도 없나 보다. 매미는 7년인가를 땅 속에 있다 기어나온다고 했다. 짝을 찾기 위해서 끝없이 운다지. 그래, 짝 찾고, 번식하는 거 좋지. 그런데 너네는 잠도 없니. 몇 년씩이나 어둡고 축축한 땅 속에 있다 나와서 밤낮이 없는 걸까. 시끄러워. 안 그래도...
츠키시마는 침대에서 도통 일어나질 못 했다. 하이바 리에프에게 매달려 들어온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했다. 이불 속에 계속 파고들어가는 녀석을 곁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평소처럼 이불을 잡아끌 힘이 없었다. 아니, 반대다. 힘이 넘쳐서 오히려 무서웠다. 하이바가 너한테 결국 선물 받았대. 고맙대. 무슨 선물이길래. 쿠로오 씨한테는 근사한 셔츠를 선물로 줬다...
알아차리는 순간은 찰나다. 그리고 알고 나면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가 없다. 왜. 잔뜩 차올랐던 달이 이울었다 다시 차오르는 동안 뒤척이는 밤들이 찾아왔다. 눈만 감으면 잠들곤 했는데 쉽사리 잠에 빠져들지 못 했다. 낮 동안 훈련 시간을 늘이고 강도도 높였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 깨어있는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코치님에게 오버 워크라며 억지로 등...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비가 세차게 오던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녀석을 깨웠고 말 없이 식탁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했다. 나는 연습을 하러, 녀석은 도서관에 가기 위해 함께 학교로 걸어갔다. 아무 말 없이 걷다 모퉁이를 돌아나오는 까만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이 동네의 고양이들 중에서도 유독 아무 소리도 안 내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
“어이- 츠키시…” 아, 맞다. 츠키시마는 집에 내려갔지. 여느 아침과 같이 별 생각없이 츠키시마의 방문을 두드리러 가다 약간 열려 있는 츠키시마의 방문을 보고서 그제서야 츠키시마는 미야기에 내려갔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먼저 종강을 한 츠키시마는 도서관 여름방학 근로 스케쥴 때문에 방학에는 오히려 집에 못 가게 생겼다며 마지막 시험을 치르자마자 집에 내려가...
도쿄의 여름은 정말 빠르게 다가왔다. 공기는 뜨겁고 습했다. 높고 파란 하늘에 커다란 구름이 몽글몽글 떠다녔다. 누가 한참동안 주물럭거려 만들어낸 반죽처럼 구름은 온통 동글동글한 모양이었다. 하늘빛도 쨍, 햇빛도 쨍. 눈이 부셨다. 긴 낮이 지나 한참 연습을 하고 있다 보면 저녁인데도 체육관 안의 열기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그 말인 즉슨- 종강,...
이틀 하고도 한나절만에 돌아온 집은 조용했다. 현관에 츠키시마의 운동화가 녀석 답지 않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길래 웬일이래, 생각하면서 혹시나 싶어 방문을 두들겨봤지만 답도 없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아직도 밖-학교-도서관/세미나실/학부도서실 등등 어딘가에서 서식하고 있는 건가. 짐을 풀어 빨래를 간단히 돌려놓고 씻고 나오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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