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너무나 이상할 법한 일인데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했다. 카게야마가 박스를 쿵 내려놓았다. 이게 마지막이야. 츠키시마는 허리를 펴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작은 방 안은 어수선한 풍경이었다. 그리 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전에 살던 사람이 놓고 간 앉은뱅이 탁자와 작은 서랍장, 그 옆으로 미리 주문해 놓은 매트리스가 포장을 채 뜯지...
6. 의사 선생님 2월이 다 갔는데 눈이 왔다. 이상기후라고 뉴스에서는 연신 말했다. 내린 눈은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미끄러질 뻔했지만 주머니에서 손을 뺄 엄두가 안 났다. 으으- 지구온난화 같으니라고. 70억 지구 인류를 욕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자신도 화석 연료에 기대 사는 한 명의 인간임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볼이 떨어져 ...
5. 공룡과 배구공 그림자가 길어졌다. 앞서가는 긴 그림자들이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서로 어깨가 녹아들었다. 쟤들은 친해 보이네. 카게야마는 애꿎은 입술만 씹었다. 학교를 벗어나 집까지 20분가량 걸어오면서 츠키시마는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츠키시마와 나누는 정적의 시간은 익숙했지만, 거대한 장벽 같은 침묵은 불편했다. 담담한 얼굴 위로 번지는 노을빛에...
4. 집에 가자 카게야마는 오늘따라 일찌감치 마무리한 연습에 아쉬웠지만 다가오는 주말의 마지막 합숙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게다가 오늘은 손끝에 공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 유독 좋았다. 아직도 몸에 뜨끈한 열이 감돌아 저지의 지퍼를 올리지도 않고 부실 문을 잠그고 내려왔다. 서늘한 기온으로 가득 찬 세상의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은 묘한 감각을 일깨웠다...
3. 축제의 불꽃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하늘이 점차 높아진다. 2학기다. 학교가 부산해진다. 단순히 개학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축제에 목숨 건 이상한 학교. 교장을 필두로 선생들마저 말리기보다 오히려 부추기는 정말 이상한 학교. 주변의 평판이 어떠하든 간에 학생들은 즐겁기만 하다. 방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학교에 나와 준비를 시작하는 반도 있을 정...
2. 당연한 사실 츠키시마는 리모컨 전원을 눌러 에어컨을 껐다. 서늘하다 못 해 방이 차가울 지경이었다. 샤프펜슬을 쥐고 있는 손가락 끝이 자꾸만 차가워졌다. 손가락 마디가 뻣뻣한 느낌에 눈가를 찌푸렸다. 샤프펜슬을 내려놓고 양손을 맞물려 손가락 마디를 한참 주물렀다. 책장에 올려놓은 작은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목 뒤쪽을 당기며 책상에서 일어...
1. 야마구치의 증언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카게야마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뜨끈한 공기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카게야마는 신발을 벗으며 흡흡 냄새를 맡았다. 빈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부엌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츠키시마의 어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 응~ 토비오 잘 잤니. 맛 좀 보라고 볶고 있던 고기를 숟가락...
2017. 12. 24. 12:20 일괄 배포 마쳤습니다. 2017. 12. 25. 12:33 추가 배포 마쳤습니다. 추후 배포 계획은 일단 없습니다. ========================================================================= 안녕하세요. <동거인> 소장본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결론을 먼...
“저기… 제왕님, 드디어 머리가 이상해졌나 본데.”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야마구치는 서브 연습을 한다면서 중간에서 헤어졌고,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달려들었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던 츠키시마는 기겁했다. 그에게 이런 종류의 장난을 치는 사람은 타나카와 니시노야 뿐이었고 그들과는 이미 상점가에서 갈라졌...
* 실제 과학경찰연구소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과학 수사와 관련된 묘사의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도쿄 동쪽 외곽에 위치한 과학경찰연구소. 미디어에서 흔히 비춰지는 CSI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다. 물론 외부인의 눈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인다는 것 뿐이다. 어렸을 때 형을 따라 외국 배우들이 잔뜩 나오는 CSI 시리즈를 열심히 볼 적엔 과학적 분석으로 수...
크고 마른 남자는 뒤에 서 있는 카게야마의 존재는 신경쓰지도 않고 달빛으로 온몸을 가득 채우려는 것처럼 창 앞에 한참이나 꼼짝않고 서 있었다. 그 뒤에서 두 손으로 굳게 잡은 검을 세우고 있던 카게야마가 자신의 모습을 조금 한심하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었다. 그래서 반응이 늦었다. 남자가 뒤돌아섰을 때 점점 처지고 있던 칼 끝을 급히 다시 세웠...
오랜 장막이 들춰올려지자 그 속에 달이 있었다. 온통 노랗게 빛나는 원형 위로 희게 서린 빛이 내려앉았다. 얼룩져 드리워진 빛은 달그림자처럼 고요히 노래하다가도 시시때때로 점멸했다. 기다란 속눈썹 그림자가 우주의 무희가 절정에서 놓아 던져버린 베일처럼 파르르 날아올랐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다. 다시 닫힌 눈꺼풀에 카게야마는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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