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 인간의 축복이라 그랬나. 그렇다면 난 축복받지 못한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니다. 나는 대부분을 기억한다. 어제도, 일주일 전도, 일 년 전도, 그리고 오십 년 전도, 태어났을 무렵인 백 년 전도. 그러니까, 삼십 년 전의 일이야 당연히 기억한다. 수많은 기억에 압사당할 거라 여겼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이 틀렸다. 잊지 않는 자는, 기억에 휘둘리지 않...
* 이야기에서 묘사된 컴퓨터 공학과 및 프로그래밍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적당히 스루해주세요. ** 카게츠키리에 요소 있음 # 110 야마구치, 카게야마, 그리고 츠키시마 모두 키가 크고, 일찍 체크인한 덕분에 비상구 앞자리를 받았다. 츠키시마는 비상구 바로 옆자리를 고집했다. 가장 키도 크고 다리도 기니까 복도 쪽이 편하지 않겠냐고 카게야...
* 이야기에서 묘사된 컴퓨터 공학과 및 프로그래밍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적당히 스루해주세요. ** 카게츠키리에 요소 있음 # 11 “츳키!!!” 리에프가 기숙사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어디서부터 달려온 건지 땀범벅, 그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인 찰랑거리는 은발은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츠키시마는 리에프의 호들갑이 익숙한 모...
* 이야기에서 묘사된 컴퓨터 공학과 및 프로그래밍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적당히 스루해주세요. ** 카게츠키리에 요소 있음 # 0 “츳키 그 얘기 들었어? 이번 신입생 중에 천재 있대.” “매년 천재 소리 듣는 신입생은 적어도 세 명쯤 있잖아.” 츠키시마는 심드렁하게 책장을 넘겼다. 야마구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냐, 저번 IOI (국제 ...
동네에서 작은 밥집을 하는 아키테루와 케이, 츠키시마 형제. 어느 날부터 온통 시커멓게 위아래 트레이닝복을 입은, 백수 같은 차림의 사람이 점심과 저녁마다 와서 하루 두 끼씩 밥을 사 먹고 간다. 살갑게 말을 붙여도 뻣뻣하게 네, 아니요, 로만 답을 해서, 친한 척하는 거 싫어하시는 손님이구나, 생각하고 식사만 내주는 아키테루와 꼬박꼬박 빳빳한 지폐로 내는...
봄은 지났다. 목련도 지고, 진달래도 지고, 벚꽃도 지고, 라일락도 졌다. 살아있는 것들이 들떠 재잘대던 기운이 뜨거워진 공기를 타고 떠올라 사라졌다. 그제야 숨쉬기도, 잠들기도 편해졌다. 「시간 되면 놀러 와」 마스터의 생일 파티를 알리는 연락이 왔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자기 생일이라는 명목으로 단골들과 친한 지인들을 불러모아 한껏 배불리 먹인다. 이렇...
T의 이야기 안온한 무덤이었다. 언제부터 달려 있는지도 모르는 두꺼운 천은 가혹한 빛을 막는 장막이었고, 그의 숨소리는 모든 소리를 지워버렸다. 문까지 닫아버리면, 모든 세상이 세 평짜리 방으로 축소되었다. 세 평, 고작 1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에 담기엔 너무 큰 세상이라 넘쳐나는 밀도가 척추뼈를 으깨버릴 듯 내리 눌렀다. 폐가 짓눌린 감각에 숨쉬기가 버거...
0. 늦게 잠들었다. 봄밤은 술렁거린다. 분명 고요하지만, 소리 없이 모든 것들이 들끓는 밤. 가끔 생명을 흩뿌리는 내음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밤에는 원치 않는 기억이 자꾸만 찾아 든다. 귓가가 시큰하고 욱신거린다. 잠들면 끈질기게 찾아오는 것이 이젠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그저 귀찮다. 눈앞을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처럼. 특별히 해가 되지 않는다. ...
- 아리사. - 응? - 왜 사람은 꼭 자라야만 할까. - 갑자기 무슨 소리야 레보치카. 내가 얼마나 자라야 그 사람이 나를 어린애로 보지 않을까.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빨리 자라고 싶은데, 그 사람이 과연 나로 인해 자랄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긴 할까. - 자라나게 하지 못하는 사랑은 좋은 사랑이 아닌 걸까. 여덟, 밤에도 자란다 꽤 두툼한 잡지를 넘기던...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적극적 애정이란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그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자신도 성장하는 관계를 이루는…’ 리에프의 손이 멈췄다. 굳이 수기 리포트를 요구한 강사의 구시대적인 면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흰 종이 위의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글씨가 안 이쁘다고 설마 점수를 깎지야 않겠지만, 이 괴발개발의 리포트를 츠키시마에...
1. 일어나기 전부터 알 수 있는 날이 있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날이 있다. 무거운 습기가 내리누르는 날. 뻐근한 등에 잠을 잘못 잔 걸까 갸우뚱하게 되는 날. 안경을 찾는 손가락 마디가 은근히 뻣뻣한 날. 츠키시마는 잠에서 깼다. 눈을 뜨기 전부터 알았다. 날이 흐리다. 잠에서 어스름하게 깰 무렵, 하지만 아직 눈꺼풀이 올라가기...
출석을 다 부른 조교가 강의실 앞문으로 나가자 학생들은 조금 편한 자세로 늘어졌다. 평소와 다르게 강의실 안이 작게 술렁거렸다. 독강인데다 저번 수업은 개인 스케줄 때문에 자체휴강을 때려버린 리에프만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렸다. 출석을 부르면 곧장 수업을 시작하곤 했는데, 오늘은 강사가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져 앉은 학생에게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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